신혼여행 후 ICE에 구금됐던 북텍사스 여성, 140일 만에 석방
“절차적 블랙홀” 지적…법원 개입 후 석방
신혼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던 중 체포돼 140일 넘게 구금됐던 북텍사스 출신의 22세 여성 워드 사케이크(Ward Sakeik)가 지난 7월 1일(화) 저녁 전격 석방된다. 그녀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장기간 구금되며, 무국적자 신분과 미완의 추방 절차 사이에서 ‘절차적 블랙홀’의 상징적인 사례로 떠오른 인물이다.
사케이크는 지난 2월 11일,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인 세인트토마스에서 신혼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과정에서 ICE에 의해 체포된다. 이후 그녀는 텍사스주 알바라도(Alvarado)에 위치한 ICE 산하 프레어리랜드(Prairieland) 구치소로 이송돼 수감 생활을 이어간다.
사케이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계 무국적자로, 부모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출생국으로부터도 국적을 부여받지 못한 상태다.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비자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이후, 아버지가 망명 신청을 했으나 2011년 기각되고, 당시 9세였던 사케이크에게도 함께 추방 명령이 내려진다.
그러나 그녀를 보낼 수 있는 명확한 국가가 없어, 사케이크는 ICE에 정기적으로 출석하며 북텍사스 지역에 거주해 왔다. 그동안 대학을 졸업하고 웨딩 포토그래퍼로 활동했으며, 올해 28세인 미국 시민권자 타히르 셰이크(Taahir Shaikh) 씨와 결혼한 상태다.
법률 전문가들은 사케이크의 상황을 ‘절차적 블랙홀(procedural black hole)’로 지칭해 왔다. 그녀는 미국 내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어느 나라도 국적을 인정하지 않으며, 미국 정부도 마땅히 추방할 국가를 지정하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법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었다.
사케이크의 법률 대리인단은 최근 연방법원에 ‘하비어스 코퍼스(Habeas Corpus)’ 청원서를 제출하며 구금 해제를 요청했고, 법원의 개입 이후 석방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ICE나 법원은 현재까지 공식적인 석방 사유나 조건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변호인단은 ICE가 지난 월요일에도 연방법원의 추방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추방 시도를 강행하려 했으며, 어느 국가로 보낼 계획이었는지도 사전 통보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사케이크는 석방 이후 전자발찌나 감시 장치 없이 자유로운 상태이다.
사케이크의 남편과 변호인단은 SNS를 통한 여론 환기와 법적 대응을 병행하며 석방 캠페인을 이어왔고, 이민자 권리 단체들도 이에 동참해 왔다. 변호사 마리아 카리(Maria Kari)는 “이번 석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며, “워드가 평생을 살아온 이 나라, 미국에 합법적으로 남을 수 있도록 이민법 절차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사케이크는 현재 북텍사스 자택에서 남편과 재회한 상태이며, 이민소송 및 거주 권리 확보를 위한 절차는 계속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무국적자 문제와 이민 행정의 복잡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유사한 법적 분쟁에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