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낙태 금지법, 의료진 이탈 가속화…여성 건강 돌볼 인력이 줄고 있다
텍사스의 낙태 제한법이 시행된 이후, 의료 현장에서 심각한 인력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47명의 현직 및 전직 의사 중 최소 10명이 직업을 바꾸거나 타주로 이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마취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산모와 여성을 전문적으로 돌볼 인력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뚜렷하다.
산부인과 전공의 교육 역시 타격을 받았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의대생과 세 번째로 많은 전공의·펠로우를 배출하는 주지만, 낙태 시술 교육 기회가 거의 사라지면서 젊은 의사들이 타주로 나가야만 표준 치료를 배울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23~2024년 지원 사이클에서 텍사스의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은 16%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장기적으로 텍사스 여성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환자들은 수백 마일을 이동해 타주에서 시술을 받을 수 있지만, 취약 계층 여성들은 사실상 선택지가 없다. 이는 여성 건강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변화는 이미 수치로 드러난다. 텍사스 전체 카운티의 47%가 산부인과 진료 공백지(maternity care desert) 로 분류되며, 농촌 병원의 60% 이상은 분만 병동을 운영하지 않는다. 연방 보건자원국은 2030년까지 텍사스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15%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낙태 제한법은 단순한 법적 규제가 아니라 의료진의 윤리적 갈등을 불러왔다. 환자가 임신 합병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울 때조차 의사들은 법적 처벌을 우려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 결과 의사들은 환자와의 신뢰를 잃고, 환자는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다.
결국 이 법은 여성들의 생명과 건강뿐 아니라, 텍사스가 필요로 하는 의료 인력 자체를 줄이고 있다. 앞으로도 임신 합병증을 겪는 여성들이 응급실에서 치료를 기다리다, 필요한 시술을 해줄 의사가 이미 텍사스를 떠났다는 현실과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한 법적 논란이 아니라, 환자를 지킬 수 있는 의사가 텍사스에 남아 있느냐의 문제로 직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