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위의 권력 전쟁”…텍사스, 게리맨더링 논란 다시 불붙다
텍사스의 선거구 재조정 논란은 미국 정치의 오랜 관행인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의 전형적인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공화당 주도의 텍사스 주의회가 의석 지도를 다시 그리려 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집단으로 주를 떠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게리맨더’라는 용어는 181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가 정당의 이익을 위해 선거구를 왜곡한 데서 유래했다. 당시 한 선거구가 도롱뇽(salamander)을 닮았다는 언론 보도를 계기로, `게리(Gerry)`와 `도롱뇽(mander)`을 합친 단어가 지금까지도 정치적 선거구 조작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10년마다 실시되는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각 주가 선거구를 재조정해야 한다. 텍사스처럼 주의회가 재조정 권한을 가진 곳에서는 다수당이 지도의 모양을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그리는 경우가 많다. 여당이 주지사직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고 있을 경우, 이를 통해 상대 정당 지지자들을 특정 지역에 몰아넣거나 여러 지역에 분산시켜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게리맨더링을 실행할 수 있다.
이러한 정치적 지형 왜곡은 미국 헌법상 위헌이 아니다. 2019년 미국 대법원은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사례를 다룬 판결에서, 정치적 게리맨더링은 연방법원이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정당 간 형평성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헌법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주 헌법이나 주법을 근거로 한 소송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인종 차별적 선거구 조정에는 제동을 걸고 있다. 2023년 앨라배마의 사례에서, 흑인 유권자의 표심이 희석됐다는 이유로 선거구 재조정이 투표권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나왔고, 루이지애나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이어졌다.
정치 분석 기관과 통계학자들은 게리맨더링의 영향을 수치화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AP통신 분석에 따르면 2010년 인구조사 이후, 공화당이 주도한 재조정은 지난 50년 중 가장 큰 정당별 이점을 가져왔다. 그러나 2020년 인구조사 이후에는 민주당도 공화당에 맞서 자체적인 게리맨더링을 시도했고, 일부 주에서는 독립적인 선거구 재조정 위원회 도입으로 정치적 왜곡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2022년 중간선거 결과를 보면, 새 지도가 처음 적용된 선거에서 공화당이 받은 전국 득표율 대비 예상 의석수보다 단 한 석만 더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균형 잡힌 정치 결과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텍사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거구 논쟁은 단순한 주내 정치 갈등을 넘어서, 미국 전역의 정치 지도와 제도적 형평성에 대한 지속적인 논쟁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